미국 연방항공청의 드론 원격 식별제도 시행

드론의 원격 식별(Remote Identification)이란 “다른 주체들이 수령할 수 있도록 비행 중인 드론이 공중 신호를 통해서 식별 정보와 위치 정보를 제공하는 능력”을 의미합니다(https://www.faa.gov/uas/getting_started/remote_id). 이와 같은 드론의 원격 식별은 기존의 항공기가 운항 중에 식별 신호를 발송하는 것과 유사하며, 이는 드론의 안정적인 비행을 확보함과 동시에 공중에서 드론과 다른 비행체가 충돌하는 것을 방지하는 것에 주된 목적이 있습니다(김희욱ㆍ김대호, “드론 Remote ID 정책 및 기술표준화 동향”, 한국항공우주학회 2020 추계학술대회 논문집, p.865).

위와 같은 드론 원격 식별제도를 도입하기 위하여, 미국 의회로부터 49 U.S.C. § 40103(b)(2), §44809(f) 등에 근거하여 권한을 부여받은 미국의 연방항공청(FAA)은 2021. 1. 15. Remote Identification of Unmanned Aircraft라는 규정을 제정하였습니다(14 CFR Parts 1, 11, 47, 48, 89, 91, and 107). 이 규정은 “Remote ID Rule”이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이 규정에 따르면, 총 중량 0.55 파운드(≒0.25kg)를 초과하는 드론을 제작하는 사람은 2022. 9. 16.부터는 원격 식별 기능을 갖춘 드론을 제작하여야 합니다(14 CFR § 89.501(c)(3), 89.510, 89.515). 또한 미국의 영공(airspace)에서 총 중량 0.55 파운드를 초과하는 드론을 운용하려는 사람은 2023. 9. 16.부터는 원칙적으로 원격 식별 요건을 충족한 상태에서 운용하여야 합니다(14 CFR § 89.105).

Remote ID Rule에 따르면 원격 식별과 관련된 드론 유형은 크게 3가지로 나누어질 수 있는데 첫째는 표준 원격 식별 무인비행체(Standard Remote Identification Unmanned Aircraft)이고(14 CFR § 89.110), 둘째는 원격 식별 방송 모듈(Remote Identification Broadcast Modules)이며(14 CFR § 89.115(a)), 셋째는 원격 식별이 요구되지 않는 예외적인 경우입니다(14 CFR § 89.115(b)).

첫 번째 유형은 드론이 자체적으로 공중 신호를 발송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춘 경우로서, 해당 드론은 비행 중에 드론의 시리얼 번호, 세션 ID(session ID), 제어국(control station)의 위도ㆍ경도ㆍ기하학적 고도, 드론의 위도ㆍ경도ㆍ기하학적 고도ㆍ속도, 협정세계시(UTC)에 따른 시간, 드론의 긴급상황 여부를 공중신호로 발송해야 합니다(14 CFR § 89.305).

두 번째 유형은 2022. 9. 16. 이전에 제작되어 드론이 자체적으로 공중 신호를 발송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지 못한 경우로서, 원격 식별 신호를 발송할 수 있는 방송 모듈(broadcast module)이 추가로 장착된 경우입니다. 이 유형의 드론은 방송 모듈의 시리얼 번호, 드론의 위도ㆍ경도ㆍ기하학적 고도ㆍ속도, 드론의 착륙 지점의 위도ㆍ경도ㆍ기하학적 고도, 협정세계시(UTC)에 따른 시간을 공중신호로 발송해야 하며, 제어국의 정보나 긴급상황 여부를 발송할 의무는 없습니다(14 CFR § 89.315). 대신, 드론을 조종하는 사람이 드론을 육안으로 볼 수 있는 범위 내에서만 드론이 운용되어야 합니다(14 CFR § 89.115(a)(2)(ii)).

세 번째 유형은 원격 식별 신호를 발송하지 않아도 되는 예외적인 경우인데, 이는 FAA가 승인한 구역 내에서 드론 운용자가 드론을 육안으로 볼 수 있는 범위 내에서만 허용됩니다(14 CFR § 89.115(b)).

한편, Remote ID Rule은 당초에 드론 운용자가 2023. 9. 16.부터 원격 식별 기능을 갖추도록 하였으나, FAA는 이를 2024. 3. 16.까지 유예해주었습니다(https://www.faa.gov/newsroom/

faa-extends-remote-id-enforcement-date-six-months). 따라서 FAA는 2024. 3. 17.부터 발생된 위반 행위에 대해서 단속을 할 예정입니다. 만약 드론이 원격 식별 기능을 갖추지 않는 경우, 드론 운용자에 대해서 제재금(fine)과 운용자 인증(pilot certificate)의 중지 또는 취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https://www.faa.gov/newsroom/faa-extends-remote-id-enforcement-date

-six-months). 따라서 우리나라 기업 중 미국에 드론을 수출하고자 하거나, 또는 우리나라 국민 중 미국에서 드론을 운용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특히 주의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한편, 최근에 특정 개인이 Remote ID Rule이 위법함을 주장하며 FAA를 상대로 연방 컬럼비아특별구 순회 항소법원에 심사 신청(Petition for Review)을 하였습니다(Tyler Brennan, et al v. Stephen Dickson, et al, U.S. Court of Appeals, D.C. Circuit, July 29, 2022, No. 21-1087, 이하 ‘Brennan 사건’). 이 사건에서 원고는 Remote ID Rule이 드론 운용자의 위치를 추적함으로써 드론 운용자의 합리적인 프라이버시권의 기대를 침해하므로 이는 미국 수정헌법 제4조(Fourth Amendment)를 위반한 영장 없는 수색(Warrantless Searches)에 해당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연방항소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Remote ID Rule이 수정헌법 제4조에 의해 보호되는 프라이버시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며 원고의 신청을 기각하였습니다.

• (1) 첫째, Remote ID Rule은 원격 식별 기능의 장착을 요구할 뿐, 법 집행기관에 의한 감시를 요구하고 있지 않다(Brennan 사건 판결문 20쪽).

• (2) 둘째, 드론 비행이 간헐적으로 짧게 일어난다는 특성과 원격 식별 기능에 의한 신호가 지역적임을 고려할 때, 이는 원고가 주장하는 “저인망식(dragnet)” 감시와는 구분된다(Brennan 사건 판결문 20쪽).

• (3) 셋째, 원격 식별 신호 자체는 드론 운용자의 개인정보를 포함하지 않으며, Remote ID Rule은 원격 식별 신호와 결합되어 드론 운용자에 대한 정보를 드러낼 수도 있는 개인정보(이 개인정보는 FAA가 별도로 보관하는 것임)에 대한 접근을 적절하게 제한하고 있다(Brennan 사건 판결문 23쪽).

위와 같이, 드론 사용에 대한 규제는 드론의 안전성 확보와 개인의 사생활 보호 간의 긴장관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드론에 대한 규제와 관련된 법률이나 하위 법령이 프라이버시권 내지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하는지 여부가 헌법재판소에서 다뤄진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드론의 사용이 확대될수록 그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도 증대될 것이고 이와 동시에 사생활의 보호와 관련된 논란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따라서 드론에 대한 안전성 확보와 사생활의 보호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점이 모색되어야 할 것입니다.

드론에 대한 원격 식별 제도는 우리나라에서도 논의되고는 있으나, 아직 법제화되지 않았고 구체적인 입법 추진 움직임도 없는 상태입니다(““급증하는 드론 불법 비행 막아라”…美 대처 방안 살펴보니”, 동아일보 2023. 8. 18.자 뉴스기사). 그러나, 드론에 의한 사람ㆍ택배 운송 등 도심항공교통(UAM)이 안전하게 구현되기 위해서는 향후에 원격 식별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필수적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원격 식별 제도를 도입하는데 있어서는 ① 드론 비행과 관련된 공공의 안전성 확보, ② 드론 제작 및 운용 산업에 대한 영향, ③ 드론을 소유한 개인들에 대한 위치정보ㆍ개인정보 보호 문제 등을 골고루 고려하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